[내적 고민해결]불안을 열심으로 채우는 사람

1. 불안, 초조

디자이너 3년 차, 여전히 내 디자인은 한 번에 컨펌이 난 적이 없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 업무 중 레퍼런스를 찾을 때면 다른 디자이너들의 작업물은 빛이 나는데, 내 디자인은 어쩜 이렇게 초라한 지, 여러 번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니 디자이너로서의 신뢰를 잃을까 불안하다.

불안함에 디자인 잘 하는 법을 찾아보며 사람들이 해야 한다는 것, 하면 좋다는 것은 일단 따라 하게 된다. 오늘도 인스타그램에서 추천받은 디자이너 필독서와 각종 콘텐츠를 사버렸다. 이런 책을 읽으면 나도 ‘멋진 디자이너가 될 수 있겠지’, ‘실력을 갖출 수 있겠지’ 싶어 사놓기만 한 책과 콘텐츠, 클래스들이 많다.


 

가계부

이렇게 사둔 책과 콘텐츠에 둘러싸여 있지만 미루고 미루다 결국 공부하지 못했다. 계획을 지키지 못한 날이면 “아.. 진짜 나는 이 정도 노력도 못하지?” “남들 다 하는데 나는 왜 못 하는 걸까..” 하며 자책하고 내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한 바탕 자책한 후, 어떻게든 해내려고 아침 출근길에 공부하기도 하고, 퇴근 후 카페에서 이것저것 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오히려 피로가 쌓여 업무에 지장을 주기도 했고,, 결국 여러 이유와 상황으로 이런 생활은 지속하지 못했다.



이렇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며 나를 채우려고 노력하지만 디자이너로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내 디자인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같은 기분..

이번 주도 퇴근 후 자기 계발 스케줄은 꽉 차 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내 디자인은 자꾸 수정 요청이 들어올까?

 

답답한 마음에 디자인 컨펌을 주로 해주시는 팀장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2. 당황, 안도

팀장님은 나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 주셨고, 피드백 할 때마다 초반 방향 설정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적이 많은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수정을 할 때도 디자인에 대한 것보다 목적에 맞는 방향을 잡아나가는 수정이 많았다고, 디자인 역량은 훌륭하다고 덧붙이셨다.

수정을 반복하는 이유가 내 디자인 실력이 부족해서인 줄로만 알았다. 팀장님의 얘기를 듣고 생각해 보니, 디자인 실력보다 서로 생각한 업무 방향이 달랐던 점에서 이루어진 수정이 더 많았다. 

수정이 반복되는 이유를 제대로 알게 되니 해결책은 금방 나왔다. 디자인을 진행하며 유독 수정이 많이 이뤄지는 부분의 방향을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업무를 하는 것이다. 잠깐 멈춰 생각만 했어도 금방 파악할 수 있는 이유였는데, 엉뚱한 데에서 답을 찾고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내 의견을 전달하고 서로의 방향을 좁혀나갈 수 있는 소통에 관련된 콘텐츠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좀 찾아보았다.


가계부


출처: 퍼블리 -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일 잘하는 기획자의 특징


이 내용을 바탕으로 방향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질문들을 리스트업 해 놓아야겠다. 이 질문 리스트가 업무 가이드가 되어줄 것 같다.




 3. 희망, 기대

반복되는 수정에 불안함이 커져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채워야 할 것만 쫓아 달려나가기에 바빴다. 그러다 생긴 ‘디자인 역량’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를 좇기 위한 열심은 나를 소진되게 만들었고, 끊임없이 자책하게 만들었다.

팀장님과의 면담을 통해 수정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질문 리스트를 확인하며 초반 디자인 방향을 잡아갔고, 수정 횟수를 다섯 번에서 두 번으로 줄일 수 있었다. 물론 이번 한 번뿐인 우연일 수 있다. 그러나 수정이 반복되는 원인의 초점을 내 디자인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시는 팀장님과 함께 잡아나간 점과, 바로 적용하고 확인할 수 있는 해결 방법을 찾은 것이 자존감을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이유 모를 불안을 동력으로 한 열심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불안한 감정이 들 때 무언가를 더 채우려고 무작정 달려들기보다 내가 왜 이렇게 불안해하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이유를 정확히 찾는 것이 직접적인 해결 방법을 찾는 데에 훨씬 도움이 되었다.

이 과정에 도움을 주신 팀장님께도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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