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로 일한 지 3년차. 마의 3년차라 그런지 최근에 더 힘이 들었다. 업무를 할 때마다 준비를 해도 해도 덜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업무를 처리하다 막혀 물어보면 왠지 내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아 물어보지도 못하며 내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하고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왔다. 그러나 요즘에 더욱 회사 생활이 꽤나 벅차다는 생각이 들어 그간 적은 메모를 보며 업무 회고를 해보려 한다.
기획안 마감 D-7
일주일 안에 기획안을 작성해야 하는데 도저히 진척이 안 된다. 3년 차인데 아직도 기획안을 쓰는 건 어렵다. 늘 열심히 준비해서 가도 고칠 것은 생기고, 한 번에 통과된 적도 없고, 매번 쓴소리도 자주 듣고했던 기억이 떠올라 기획안은 쓸 때마다 틀릴까봐 불안하다.
그래도 이번에는 정말 잘 해보려고 더 열심히 레퍼런스를 찾았다. 왠지 좋아보이는 것, 들어가야할 것 같은 것, 다른 사람들의 기획안을 열심히 찾아보았다. 그래도 조금만 더 찾아보면 목차는 세울 수 있겠지. 이번에는 잘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기획안 마감 D-5
원래 오늘쯤 초안을 팀장님께 공유 드려볼까 했는데 아직 준비가 안 됐다. 질문을 하기에는 3년차 스럽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담긴 생각들이 둥둥 떠다녔다. 일단 계속 레퍼런스를 모으고 여러 방향에 맞추어 자료를 준비했다. 아마도 방향은 이 정도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방향을 정하고 이 방향이 맞는지 상의를 해봐야 했나 싶긴 하지만 뭔가 이런 것까지 상의하면 일을 못한다고 할 것 같아서 결국 못했다. 공유하기 전 세부 내용에 적을 것도 찾아봐야 할 것 같아 야근을 조금 했다.
기획안 마감 D-3
혹시 몰라 조금 더 준비해서 팀장님께 오늘 공유했다. 팀장님께 여태까지 이거 한 거예요? 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 기획 방향부터 틀렸던 거다. 열심히 했는데, 낭패라는 기분밖에 들지 않는다. 이제야 팀장님이 생각했던 방향과 맞춰서 레퍼런스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허탈하고 뭔가 아무런 힘이 생기지 않아 오늘은 야근을 하지 않고 집에 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기획안 마감 D-day
일단 팀장님과 맞춘 방향으로 기획안 작성을 마쳤다. 하지만 역시 쉬운 일은 없는지 통과 못하고 수정대파티. 오늘까지 기한이었지만 결국 회의 후 미루기로 했다.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틀려버렸다. 우울한 기분만 든다.
기획안 마감 D+2
틀린 거 없나 조금 더 살펴보다가 결국 이틀이나 지나서야 기획안을 완성해버렸다. 늘 이런 결과가 나오니 우울하고 무기력해지는 것 같다. 3년차에도 이런데 디자이너 자격이 없는 건 아닐까.. 해결은 할 수 있는 문제일까 싶다. 내일 출근하려면 잠을 자야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생각을 풀어가야 할 지도 모르겠어서 잠도 안 온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건지.
메모를 다시 쭉 읽어보니 회고를 하는 지금 시점보다 좀 더 생생하게 좌절해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맨 처음의 일기를 보면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고 질문을 하거나, 잘 안 풀리는 부분을 공유하면 내 역할을 잘 못하고 틀린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것 같다.
나는 분명 회사에서의 나의 역할을 잘 해내고 싶었고, 맡은 업무를 잘 마무리하고 싶었다. 오히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조금만 더’를 외치다 결국 일정을 맞추지 못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잘하고 싶은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반복해 마주하며 결국 스스로의 실력도 의심하게 되었고, 더 큰 좌절감에 빠졌다.
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방향을 정한 기한 5일 전에 바로 공유를 하고 얘기를 나누었다면 기한에 맞추어서 마무리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딱 방향을 정하고 허비한 이틀, 그 이틀만 빠르게 공유해 방향을 새로 잡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불어 마감 3일 전 팀장님과 어려운 부분, 풀리지 않는 부분을 공유한 후 일이 훨씬 잘 풀리는 경험도 했다. 방향을 맞추고 나니 심적으로도 편해져서 더 여유롭게 업무에 몰입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틀리기 싫어 미루고 미루다 틀려버린 것이 되었지만, 회고를 통해 다음에는 조금 더 잘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 회사에서는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고, 혼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풀리지 않는 부분이나 어려운 부분에 대하여 업무를 같이 진행하는 팀 혹은 상사와 공유하며 발전시켜나가는 편이 업무 효율을 높이고 더 나은 결과를 낼 것이고, 이것이 곧 내가 바랐던 ‘내 역할을 잘 하는 것’에 한 발 짝 더 다가가는 방법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번엔 좌절보다는 성취감을 맛 볼 수 있기를..!
디자이너로 일한 지 3년차. 마의 3년차라 그런지 최근에 더 힘이 들었다. 업무를 할 때마다 준비를 해도 해도 덜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업무를 처리하다 막혀 물어보면 왠지 내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아 물어보지도 못하며 내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하고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왔다. 그러나 요즘에 더욱 회사 생활이 꽤나 벅차다는 생각이 들어 그간 적은 메모를 보며 업무 회고를 해보려 한다.
기획안 마감 D-7
일주일 안에 기획안을 작성해야 하는데 도저히 진척이 안 된다. 3년 차인데 아직도 기획안을 쓰는 건 어렵다. 늘 열심히 준비해서 가도 고칠 것은 생기고, 한 번에 통과된 적도 없고, 매번 쓴소리도 자주 듣고했던 기억이 떠올라 기획안은 쓸 때마다 틀릴까봐 불안하다.
그래도 이번에는 정말 잘 해보려고 더 열심히 레퍼런스를 찾았다. 왠지 좋아보이는 것, 들어가야할 것 같은 것, 다른 사람들의 기획안을 열심히 찾아보았다. 그래도 조금만 더 찾아보면 목차는 세울 수 있겠지. 이번에는 잘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기획안 마감 D-5
원래 오늘쯤 초안을 팀장님께 공유 드려볼까 했는데 아직 준비가 안 됐다. 질문을 하기에는 3년차 스럽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담긴 생각들이 둥둥 떠다녔다. 일단 계속 레퍼런스를 모으고 여러 방향에 맞추어 자료를 준비했다. 아마도 방향은 이 정도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방향을 정하고 이 방향이 맞는지 상의를 해봐야 했나 싶긴 하지만 뭔가 이런 것까지 상의하면 일을 못한다고 할 것 같아서 결국 못했다. 공유하기 전 세부 내용에 적을 것도 찾아봐야 할 것 같아 야근을 조금 했다.
기획안 마감 D-3
혹시 몰라 조금 더 준비해서 팀장님께 오늘 공유했다. 팀장님께 여태까지 이거 한 거예요? 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 기획 방향부터 틀렸던 거다. 열심히 했는데, 낭패라는 기분밖에 들지 않는다. 이제야 팀장님이 생각했던 방향과 맞춰서 레퍼런스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허탈하고 뭔가 아무런 힘이 생기지 않아 오늘은 야근을 하지 않고 집에 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기획안 마감 D-day
일단 팀장님과 맞춘 방향으로 기획안 작성을 마쳤다. 하지만 역시 쉬운 일은 없는지 통과 못하고 수정대파티. 오늘까지 기한이었지만 결국 회의 후 미루기로 했다.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틀려버렸다. 우울한 기분만 든다.
기획안 마감 D+2
틀린 거 없나 조금 더 살펴보다가 결국 이틀이나 지나서야 기획안을 완성해버렸다. 늘 이런 결과가 나오니 우울하고 무기력해지는 것 같다. 3년차에도 이런데 디자이너 자격이 없는 건 아닐까.. 해결은 할 수 있는 문제일까 싶다. 내일 출근하려면 잠을 자야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생각을 풀어가야 할 지도 모르겠어서 잠도 안 온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건지.
메모를 다시 쭉 읽어보니 회고를 하는 지금 시점보다 좀 더 생생하게 좌절해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맨 처음의 일기를 보면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고 질문을 하거나, 잘 안 풀리는 부분을 공유하면 내 역할을 잘 못하고 틀린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것 같다.
나는 분명 회사에서의 나의 역할을 잘 해내고 싶었고, 맡은 업무를 잘 마무리하고 싶었다. 오히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조금만 더’를 외치다 결국 일정을 맞추지 못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잘하고 싶은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반복해 마주하며 결국 스스로의 실력도 의심하게 되었고, 더 큰 좌절감에 빠졌다.
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방향을 정한 기한 5일 전에 바로 공유를 하고 얘기를 나누었다면 기한에 맞추어서 마무리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딱 방향을 정하고 허비한 이틀, 그 이틀만 빠르게 공유해 방향을 새로 잡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불어 마감 3일 전 팀장님과 어려운 부분, 풀리지 않는 부분을 공유한 후 일이 훨씬 잘 풀리는 경험도 했다. 방향을 맞추고 나니 심적으로도 편해져서 더 여유롭게 업무에 몰입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틀리기 싫어 미루고 미루다 틀려버린 것이 되었지만, 회고를 통해 다음에는 조금 더 잘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 회사에서는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고, 혼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풀리지 않는 부분이나 어려운 부분에 대하여 업무를 같이 진행하는 팀 혹은 상사와 공유하며 발전시켜나가는 편이 업무 효율을 높이고 더 나은 결과를 낼 것이고, 이것이 곧 내가 바랐던 ‘내 역할을 잘 하는 것’에 한 발 짝 더 다가가는 방법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번엔 좌절보다는 성취감을 맛 볼 수 있기를..!